40도를 오르내리는 유래없는 폭염으로 나라전체가 후끈거립니다. 지면에 가까울수록 그 온도는 더 높아집니다. 어른 키에서는 37도여도, 아이 키높이에서는 38도가 됩니다. 실제로 어제 아스팔트의 온도는 70도에 가까웠습니다. 


우리집 거실 한켠에는 할 일을 못하고 도도하고 깔끔하게 서 있는 에어컨이 있습니다. 에너지 소비 1등급이지만 더위를 식혀주지는 못하고 요즘 열받게 하는 장본인입니다. 


#7월16일 (최고온도 34도, 최저온도 24도)

예년같으면 7월말이나 되어야 에어컨을 가동했지만 무더위가 일찍 시작된 올해. 에어컨을 켜봅니다. 하지만 시원한 바람이 나오지 않습니다. 삼성전자서비스센터에 전화를 걸어 AS신청을 합니다. 다른 곳들도 고장이 많은지 간신히 7월 20일로 예약이 잡혔습니다. 꾹 참고 기다립니다.


#7월 20일 (최고온도 34.7도, 최저온도 24.6도)

에어컨 기사가 방문해서 점검을 합니다. 에어컨 필터도 청소하고 꼼꼼히 살펴봅니다. 에어컨 가스가 샌 것으로 보인다며 가스를 주입합니다. 가스를 주입하고 시원한 바람이 잘 나옵니다. 수리가 잘 된 것으로 보입니다.


#7월 22일 (최고 38도, 최저 25.3도 )

오후에 에어컨을 켰는데, 시원한 바람대신 실내온도와 같은 따뜻한 바람이 나옵니다. '날이 너무 더워서 에어컨 가동에 시간이 걸리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미적지근한 바람만 나옵니다. 30분 이상을 켜봐도 마찬가지상황입니다. 월요일에 AS를 다시 신청하기로 마음먹습니다.


#7월 23일 (최고 35.7도, 최저 29.도)

삼성전자서비스센터 1588-3366으로 전화를 수차례 걸어보지만 평균 대기 시간은 15분 이상입니다. 죄송하다는 안내멘트를 30여분 동안 들으며 기다려서 통화에 성공합니다. '금요일에 가스 주입을 했는데, 일요일부터 찬바람이 안나온다'라고 설명을 했습니다. 수리예약이 꽉 차서 8월 1일에 예약 방문하겠다고 합니다. 그전에 취소가 들어오면 빨리 처리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다짐을 받았습니다. 최대한 빨리 와달라고 당부를 해봅니다.


8월 1일 (최고 39.6도, 최저 27.8도)

- 오전 10시 

삼성전자서비스센터로 AS기사님 방문을 확인할 겸 전화를 겁니다. 두번째 AS인 만큼 오늘은 무슨 일이 있어도 에어컨 사용이 가능하게 해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재설치든 수리를 하게되면 2명이 필요할텐데, 왔다가 그냥 가는 일이 없도록 부품관련된 것들 다 챙겨와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일주일 이상을 기다렸고, 오늘은 역대 최고기온을 기록하고 있으니 꼭 가동되게 준비해서 와달라고 부탁했습니다. 그렇게 2번 이상을 당부했고, 상담사도 전달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예약 확인을 하다보니 8월1일 오후 1시에 2건이 예약되어 있었습니다. 예약은 주소가 아닌 전화번호로 적용이 된다고 합니다. 다른 기사님이 별도로 배정되어 있었기에 이왕 오는 것 2분이 와서 같이 보면 어떠냐고 물었으나 다른 팀이기 때문에 그렇게 할 수도 그렇게 할 필요도 없다는 말에, 2건 중 1건은 취소를 했습니다. 물론 취소 신청을 한 상담사에게도 당일 수리가 끝나도록 장비 잘 챙겨오기를 바란다며, 상황설명을 다했습니다.


- 오후 1시 

AS기사님이 찾아왔습니다. 친절하게 수리를 하거나 재설치가 필요할지도 모른다고 설명을 해줍니다. 하지만 우리가 말한 수리이력과 요구사항은 전달받지 못한 채 오셨다고 합니다. 결국 AS기사님은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미안하다면 출장 취소처리를 하셨습니다. 센터에 직접 전화해서 다음 예약을 잡았는데 8월 14일이라고 합니다. 말도 안되는 상황입니다. 다시 전화를 하더니 8월 7일날로 예약을 잡았습니다. 더이상은 당기기 어렵다고 합니다.


- 오후 2시 

삼성전자서비스센터에 전화해서 오전에 통화한 상담사와 통화를 원한다고 메모를 남겼습니다. AS기사가 와서 그냥 가는 일이 없도록 여러번 당부를 했는데, 정확히 그런 상황이 벌어진 것에 대한 궁금증을 풀기 위해서 이야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 오후 2시 40분 

오전에 통화한 박모 상담사에게서 연락이 왔습니다. 처음엔 기억을 못하더니 디테일한 상황설명에 알겠다고 합니다. 오늘 처리가 되도록 장비들 다 챙겨와 달라고 했는데, 기사에게 전달이 되지 않았다고 말하자 자신은 메모를 남겼다고 합니다. 박모 상담사님은 제대로 했는데 연락이 안 전해진 것이라는 이야기입니다. 같은 이야기가 반복되던 통화는 '빠른 처리가 되도록 노력하고, 되든 안되는 30분 내로 전화를 하겠다'는 상담사의 다짐으로 끝이 났습니다. 


- 오후 4시

취소 상담을 했던 2번째 상담사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30분 내에 연락하겠다던 박 상담사님이 연결을 해준 듯 합니다. 이분에게도 똑같은 이야기를 그대로 또 전하고, 빠른 AS를 원한다고 말했지만 상담사가 할 수 있는 권한 밖이라며 죄송하다며 해결이 가능한 상사에게 메모를 남기겠다고 합니다. 메모보다는 직접 연락을 해서 해결되도록 하고 연락을 달라고 했습니다.


- 오후 5시 30분

김모 팀장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그는 그간의 일정에 대해 완전 숙지하고 있음을 알려주듯이 하나하나 세세하게 브리핑을 했습니다. 숨도 쉬지 않고, 내가 했던 이야기와 상담사와의 대화도 다 설명하며 죄송하다는 말을 합니다. 빨리 처리하고 싶지만 어렵다고 합니다. 일반 기사와 중수리 기사가 있는데, 중수리 기사님의 일정상 8월 7일 이전에는 불가능하다고 합니다. 똑같은 이야기의 반복이 지난하게 반복된다. 결국은 8월7일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것이다. 중간에 시간이 나면 급하게 배치는 할 수 있겠지만 확답은 할 수 없다는 이야기다. 


바쁜 건 알지만 중수리 기사님이 몇분이나 되냐는 질문에 상도동을 담당하는 기사님은 한 분 뿐이라고 합니다. 2018년 6월 기준 인구 12만9천명이 살고 있는 곳을 담당하는 중수리 기사는 단 한명 뿐이라고 합니다.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하고 전화기만 들고 있었습니다.


'이런식이면 8월7일이 되어도 고쳐지지는 않는다. 8월7일에 와서 기기를 확인하고 또 장비를 가지고 오면 여름 다 지나지 않겠냐'고 묻자 죄송하다는 말을 계속한다. 답은 없다. 또 기다려야 한다. 최대한 연락을 해서 빨리 처리되도록 하겠다는 이야기만 들었다.


8월 2일 (최고 37.9도, 최저 30.3도)

- 오전 9시 20분 

삼성전자서비스센터 나모 팀장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AS처리과정에 대한 상황을 전해 들었지만, 현재 일정상 AS를 앞당길 수 없다는 원론적인 이야기를 합니다. 혹시나 이런 상황이 될까봐 그렇게 되지 않게 어제 오전에 여러번 이야기를 건데데, 어떻게 이럴 수가 있는 건지, 그리고 그것에 대한 해답이 사과밖에 없는 건지 답답합니다. 결국 나모 팀장의 말은 현재 상황으로 할 수 있는 건 아무 것도 없어서 죄송하다는 것입니다. 



서비스센터 직원분들은 하루 60~70통의 콜을 받고, 그중에 진상손님으로 인해 받는 심적 고통을 이해 못하는 바가 아니다. 서비스기사님들은 성수기인 6~8월 오후 9시 이전 퇴근이 어렵다는 것도 알고 있다. 40도에 가까운 폭염에 힘들지 않은 사람은 거의 없다. 그래서 최대한 이해하고 배려하고 대화하려고 노력한다. 그랬기 때문에 일주일을 기다렸고, 중간에 자리가 나면 빨리 처리해주겠다는 말을 믿고 가만히 또다시 에어컨 없이 일주일을 기다렸다. 그 와중에 서울 기온은 39도를 넘었다. 


두번째 AS를 받기로 한 날 오전에 2명의 상담사에게 에어컨 가동이 되게 장비, 부품 등을 잘 챙겨와달라고 신신당부를 했다. 하지만 그러한 내용은 전달되지 않은 채, 또다시 일주일을 기다리라고 한다. 물론 죄송하다는 말은 수십번 들었다. 


나는 해결을 바라는 것이다. 이 더위에 에어컨AS를 하러 오겠다는 말을 믿고 가만히 기다렸으면 고쳐놔야 하는 것이다. 일주일 전과 똑같은 말을 들으려고 폭염 속에서 일주일을 기다린게 아니다. 


메모를 남겼다고는 하지만 제대로 전달하지 못한 삼성전자서비스센터 상담사의 잘못도 있겠지만, 구조적으로 결함이 있는 문제다. 만약 상담사가 정확히 전달을 했다고 해도 1명 뿐인 중수리 기사가 얼마나 많은 곳을 돌아볼 수 있을까. 다른 지역에도 얼마나 많은 중수리 기사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큰 차이는 없을 거라 본다.

서비스센터의 시스템은 아주 잘 되어 있다. 고객을 응대하는 상담사들도 짜증내지 않고 잘 응대하고 있었다. 고객의 이야기를 들어주려고 노력하고, 처리하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그게 끝이다. 그들은 노력하고 있지만, 그 시스템은 불만을 접수만 할 뿐 해결을 하는 데는 노력한 흔적이 부족하다. 하청업체 직원까지 포함 8000명의 수리기사가 있지만 한여름을 나기에는 역부족이다. 이러한 현상은 매년 벌어지고 있었다. 매년 AS로 골머리를 앓는 고객들의 글들이 인터넷에 넘친다.  

이렇게 오래 걸릴 줄 알았으면, 사설업체에 수리를 맡기거나, 차라리 에어컨을 구매하는 게 훨씬 빠르고 마음 편했을 터. 물론 새로 구매한다면, 그 제품은 다른 메이커가 되겠지.

기다리다가 열받고, 처리 과정에 답답하고, 황당한 처리에 어이없고, 이제는 기가 차서 화도 나지 않는다. 


"과연 우리는 에어컨 수리를 받을 수 있을까요?"

"수리를 받게 된다면 그 에어컨을 켤 기회는 있을까요?"

"에어컨 수리가 빠를까요? 무더위가 끝나는 게 빠를까요?"


 

 

삼성전자 에어컨 AS 가능할까요

뉴스브리핑 | 2018. 7. 23. 16:42
Posted by seesun


연일 이어지는 폭염 덕분에 에어컨 판매는 극성수기를 맞이했고, 에어컨 AS는 지옥을 맛보고 있다. 주말에 보던 심야의 홈쇼핑에서는 방송 중 에어컨 판매대수가 800대를 넘어가고 있었고, 쇼호스트는 계속해서 "700대, 800대가 넘어가고 있습니다"를 연발하며 판매대수를 격앙된 목소리로 중계하고 있었다.


집 거실에는 기스 하나 안 날 정도로 깔끔하게 사용한, 김연아가 광고하던 2010년형 2in1 모델 에어컨이 자리잡고 있다. 지난 주 초 에어컨을 작동하니 시원한 바람이 나오지 않았다. 한참을 기다려도 나오지 않아 AS를 접수했지만, 4일을 기다려야 했고, 그 더운 폭염을 기다려 지난주 금요일에 AS기사의 방문을 받았다.


에어컨 필터도 청소를 하고, 실외기도 점검을 마친 후 에어컨 냉매의 문제로 판단된다며, 에어컨 가스를 주입하고 AS를 마쳤다. 물론 에어컨은 쌩쌩하게 잘 나왔고, 다음날인 토요일 오전까지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일요일 저녁에 에어컨을 켜니 찬 바람이 하나도 나오지 않았다. 문제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어쩔 수 없이 다시 AS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하지만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삼성전자서비스 홈페이지의 예약란에는 모든 날짜에 예약을 할 수가 없다고 되어 있었다. 전화로 예약을 시도했으나 전화 상담만 예약을 걸어놓은 상태로 하루가 지나가고 있다.


다시 삼성전자로 돌아가보자. 삼성전자 에어컨은 모든 제품이 3일 이내 설치가능한 것으로 되어 있다. 제품을 출고해서 배송과 설치까지 3일 이내면 가능하고, 배송과 설치가 되어있는 기존의 에어컨은 수리 접수도 하기 힘든 상황이다. 일주일동안 예약 가능한 날짜가 단 하루도 없고, 전화상담신청은 연결조차도 어려운 상황이다. 



삼성이 크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신속하고 정확한 AS였다. 조립식 컴퓨터가 만연하던 시절 삼성은 AS를 무기로 삼아 기존의 컴퓨터 시장을 장악했었고, 많은 사람에게 삼성제품을 사면 AS는 끝내준다는 인식이 심어지게 되었다. 


그러나 중간의 모든 수많은 과정과 사건, 그리고 여러 제품의 사연을 제외한다고 해도 이렇게 사상 최악의 폭염이 몰아닥친 올 여름. 한번은 곱씹어 봐야하는 상황이라고 생각한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새 제품을 파는 것이 훨씬 더 이익이다. AS는 서비스이지, 매출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일들이 삼성에게 이득이 될까? AS를 받는다는 것은 곧 재구매 시기가 다가온다는 것인데, 이렇게 AS로 홀대를 받은 사람들이 삼성제품에 고개를 돌릴까 의문이다. 나같아도 10년 넘게 쌩쌩하게 돌아가고 있는 안방의 휘센제품으로 바꾸고 싶은 마음이다. 




 

전자제품 이정도는 써야지요.

뉴스브리핑 | 2017. 8. 4. 00:51
Posted by seesun


오랜만에 간 고향집 마루에 잘 돌아가는 선풍기가 있다. 디자인은 고풍스러운데 삼성제품이다. 선풍기 커버의 벗겨진 자국들을 보니 꽤 오래된 것이라고 짐작할 수 있다. 어렸을 때 발가락으로 버튼을 눌렀던 기억이 난다. 발가락으로 누르다니... 지금 생각하면 좀 미안한 버튼을 볼까?



삼성전자(三星電子). 그래 예전에는 삼성과 금성 두 전자제품이 맞수였지. '순간의 선택이 10년을 좌우합니다'는 금성(지금의 LG)의 슬로건이었다. 기술의 금성보다 삼성이 더 오래가는구나. 금성이 10년을 좌우할 때 삼성은 30년을 보고 있었던 건가. 별 세개가 선명하게 보이는 예전 삼성전자의 CI다. 모델명은 SF-1406W. 정지, 미풍, 약풍, 강풍의 속도조절도 아직 잘 되고 있다. 


아직 전체적으로 깔끔하다. 회전도 잘 되고, 타이머도 잘 작동한다. 이토록 깔끔하게 보관하신 부모님이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된다. 선풍기의 뒤를 살펴봤다.



탁상형 선풍기라고 하기엔 좀 크지 않나 싶다. 거실용 선풍기정도가 알맞는 이름일텐데 말이다. 제조년월을 보자. 1984년 7월이다. 무려 34년된 제품이다. 잘만 사용하면 30년 정도는 거뜬하다고 봐야 하는건가. 지금 내가 쓰고 있는 세탁기, 냉장고, TV도 8년이 넘었지만 아직도 한참 쓸만하다. 요즘은 고장나서 못 쓴다기보다는 지겨워서 못쓰는 게 맞는 말일 것이다.


KS마크가 선명하다. 선풍기 및 천장선풍기의 표준번호인 KSC9301의 제1561호다. 1561번째 KS마크를 받은 선풍기라는 건가보다. 저 선풍기가 언제까지 잘 돌아갈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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