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란다에서 아이들 이불을 탈탈 털고 있는데, 멀리서 한 남자가 걸어옵니다. 

하늘색 상의와 청바지류의 옷을 입고 있는데, 뭐가 어색한건지 왠지 눈길이 갑니다.


아니나다를까 이남자. 걸어오면서 바지를 내립니다. 

뭐야. 길거리에서 정신이 나간건가 생각이 드는 순간 바지를 내리고 주저앉습니다.


기도하듯 두손을 맞잡고 쪼그려쏴 자세를 취합니다.

사람들 다니는 길에서 큰일을 보고있는 것입니다.


한밤중에 술취해서 길에서 방뇨하는 사람도 많이 봤지만 아침 출근길에 그런 사람은 보기 어렵습니다.

하물며 아침에 동네사람들 다니는 길거리에 응가를 하는 사람은 상상도 못했습니다.

아무리 급해도 화장실이 있는 건물에 가거나 상가에 가서 양해를 구하면 될텐데

아침까지 술을 마셔서 정신이 없는 것으로 보입니다.


결국 그는 잠깐동안 일을 마치고 휴지같은 걸 사용하지도 않고 그대로 바지를 입고 자리를 떴습니다.

그가 간 자리에는 코끼리 모양의 갈색 덩어리만 남아있었습니다. 

차마 갈색 덩어리사진은 못 올리겠습니다.


아침부터 드런 꼴을 봤습니다.

굳이 위로를 받자면 똥꿈은 재물꿈이어서 돈이 들어오는 꿈이고,

어릴 적 아파트 단지에 분뇨차 9대가 와서 수거하는 걸 본 날 9만원을 길에서 주웠던 적이 있습니다.

오늘 뭔가 좋은 일이 있을 거라고 위로해봅니다.

아니 있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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