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매일 서로 속고 속이며 살아간다. 



아침엔 한껏 차려입고 우아하게 출근해 그럴듯하게 보여지는 하루를 시작하지만 퇴근 후 집에 가면 쌓여있는 설거지부터 해야 한다. 빨래통에 담긴 빨래들도 세탁기에 넣고 돌려야 한다. 이틀에 한번은 청소기도 돌려야 한다. 생각해보면 다들 그렇게 비슷한 일상을 보내고 있다. 그래서인지 대중적인 공간에서는 더욱더 타인과 구별되고 싶다. 책상 위 볼펜 한자루, 남과 구별되는 스마트폰 혹은 케이스, 커피 한잔을 마셔도 조금은 특별한 걸 마시고 싶다. 그렇게 조금은 다른 하루 하루를 느끼고 싶다. 





이것저것 만진 손으로 잡은, 다른 이들과 함께 쓰는, 그리고 다른 이들의 발과 구두에 닿았던,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손대고 싶지 않은 공용의 구둣주걱을 함께 쓰고 싶지 않다. 요란스럽다고 해도 상관없다. 난 깨끗하고 싶고, 일면식도 없는 사람의 무좀균을 내발에 옮기고 싶지 않을 뿐이다. 식당의 그릇과 수저는 세척하지만 구둣주걱을 소독하는 걸 본 적 있는가. 아니 소독해야겠다는 상상이나 해 본 적이 있나. 적어도 나는 없다. 




상품권으로 구두를 사고 점원에게 얻었던 구둣주걱은 어디 갔는지 남은 게 하나도 없다. 적어도 나에겐 현관 문 옆에 걸려 있는, 살짝 갈라지기 시작한 중국산 대나무 제품이 유일했다. 그리고 지난번 회식자리를 파할 때 부장님 안주머니에서 나온 하얀 플라스틱 구둣주걱이 내가 본 유일한 휴대용 제품이다. 적어도 내 주변인들은 그런 걸 가지고 다니지 않는다.




정확히 말하자면, 가지고 다니지 않은게 아니라 가지고 다닐만한 제품이 없었다고 말하고 싶다. 모르면 모르는 대로 살아가도 된다. 하지만 알게 된 이상 상황은 달라졌다. 나에겐 굉장히 멋진 제품이 눈앞에 나타났다. 망설일 필요가 없다. 난 남과 조금은 다르고 싶고, 조금은 더 위생적이고 싶다. 게다가 그 선택으로 내가 만족하고, 남들의 시선도 조금 꿈쩍이게 한다면 그걸로 만족한다.




내가 이걸 택한 소소한 이유다. 퇴근 후 치맥 한번 할 금액으로 난 꽤 오랫동안 만족할 수 있을 거다. 그리고 만족이 무뎌질 때쯤 나랑 성향이 비슷한 내 절친에게도 선물할 생각이다. 그때까지는 나의 소확행으로 남겨두고 싶다.


그래도 굳이 나의 소확행을 공유하고 싶다면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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