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의(惡意)' - 히가시노 게이고
소설은 피의자 노노구치와 형사 가가 교이치로가 쓴 수기의 형식으로 진행됩니다.
노노구치는 베스트셀러 작가인 친구 히다카의 집을 방문합니다. 캐나다로 모든 짐들을 미리 보낸 히다카 부부는, 떠나기 전까지 호텔에 머물 예정입니다. 노노구치는 히다카와 소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던 중 히다카가 쓴 소설 주인공의 가족이 방문하는 바람에 모레 배웅하겠다는 말을 하고 집으로 돌아갑니다.
집에서 출판사 직원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던 노노구치는 히다카의 전화를 받고, 8시에 만나기로 약속을 합니다. 출판사 직원과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고, 정각 8시에 히다카의 집에 도착합니다. 하지만 집에는 아무도 없는 것처럼 보입니다.
이상한 기분이 들어 호텔에 있는 히다카의 부인에게 전화를 걸어 상황 설명을 하고, 함께 집에 들어가 보니 이미 히다카는 죽어 있습니다.
이 사건은 노노구치와 같은 학교에서 근무했던 가가 형사가 사건을 맡게 됩니다. 수사를 하던 가가형사는 노노구치가 쓰고 있다는 수기를 받아 참고하던 중 노노구치를 의심을 하게 됩니다. 결국 노노구치로부터 범인임을 인정하는 자백을 받고 그의 살인 동기도 알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뭔가 찜찜함을 느낀 형사 특유의 감은, 집요하게 살해동기를 파헤치게 됩니다. 하지만 노노구치는 범행을 인정하면서도 살해 이유에 대해서는 침묵을 지킵니다. 과연 가가 형사는 그 이유를 알게 될까요.
. . . . . . . . . . . . . . . . . .
이 소설은 처음부터 범인이 밝혀지고, 그 범행이유에 대해 추리해 나갑니다.
자신의 작업실에서 살해된 채 발견된 베스트셀러 작가인 히다카. 시체를 발견한 사람은 친구이자 아동문학작가인 노노구치와 히다카의 젊은 아내. 그리고 그 사건을 수사하는 가가 형사.
너무 일찌감치 범인이 밝혀지는 바람에 옴니버스 형식의 소설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책의 절반도 채 읽기 전에 사건이 해결되었기 때문이죠. 하지만 그 부분부터 추리가 시작됩니다.
노노구치가 히다카를 죽인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유를 찾기 위해 가가 형사는 어린 시절 히다카와 노노구치의 친구들과 선생님, 주변 사람들을 탐문해가는 과정에서 작은 실마리를 찾고, 그 실마리를 이어갑니다.
이 소설의 결론은 가가 형사의 수기를 마지막으로 끝이 납니다.
사람이 악의(惡意)를 품으면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보여 주는 소설로 치밀한 구성이 돋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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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 히가시노 게이고
편지는 묘하게 사람 마음을 흔들리게 하는 매력이 있습니다. 이제는 거의 접하기 어려워졌지만, 손으로 쓴 편지를 보면 쓴 사람의 생각과 느낌까지 전해져 오곤 합니다.
이 소설은 시작은 츠요시가 동생 나오키에게 '편지'를 보내게 되는 계기를 묘사하며 시작됩니다.
너무나도 가난했던 츠요시는, 공부 잘 하는 동생 나오키를 꼭 대학생으로 만들려는 마음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츠요시는 손재주도 없고, 기억력도 좋지 않았지만 체력은 자신 있었기에 그걸 살릴 수 있는 직장을 골라 일을 했습니다. 하지만 몸이 망가지자 어디서도 받아주지 않았고, 결국 그가 해서는 안 되는 일을 하게 됩니다. 예전에 이삿짐을 날랐던 집에 즉흥적으로 도둑질을 하러 들어갔고, 그는 그 집에서 살인을 저지르게 됩니다.
형은 교도소에 들어가 동생에게 '편지'를 보냅니다. 교도소에서의 유일한 낙은 편지를 주고 받는 일입니다. 나오키는 학교에서도, 직장에서도, 연애하면서도 형이 살인자라는 사실을 숨기고 힘겹게 살아가며, 교도소에서 오는 형의 편지조차 부담스러워 하게 됩니다.
아무리 형의 존재를 숨겨도 범죄자 형의 존재는 항상 드러났고, 그로 인해 가수의 꿈을 포기해야만 했고, 애인에게 이별을 전해야 했으며, 직장에서도 차별과 시선을 감내해야만 했습니다. 범죄자 가족이라는 꼬리표때문에 받게 되는 차별은 어린 딸에게도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억울하고 답답하고, 형에 대한 분노가 커져갈 때 즈음, 나오키가 근무하던 회사의 사장인 히라노 사장은 '차별은 당연한 것'이라 말하고, 나오키는 점차 생각의 방향을 바꾸게 됩니다.
나오키는 형에게 편지를 보내지 말라는 마지막 편지를 보냅니다. 형이 살인자가 된 후로 얼마나 힘들고, 차별받았는지...더 이상 형 때문에 가족이 피해보는 일을 겪고 싶지 않다고 써서 보냅니다.
동생의 편지를 받은 형은, 수년간 사죄 편지를 보낸 피해자의 집에 마지막 편지를 보냅니다.
'저는 편지 같은 걸 써서는 안되는 거였습니다. 그리고 동시에 깨달았습니다. 오가타씨에게 보낸 편지도 아마 틀림없이 오가타 씨에게는 범인의 자기만족에 불과한 불쾌하기 짝이 없는 것이었을 거란 사실을. 그걸 사죄하고 싶어 이렇게 편지를 썼습니다. 물론 이 편지를 마지막으로 삼겠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피해자 가족에게 찾아간 나오키는 형이 피해자의 집에 보냈던 편지를 다 읽게 됩니다.
함께 음악을 했던 데라오와 나오키는 교도소에 위문 공연을 가고, 그곳에서 형의 모습을 보며 소설은 끝이 납니다.
소설은 나오키 주변과의 관계를 통해 범죄자 가족이 감당해야 하는 상황들을 보여줍니다. 학교 친구들의 반응, 음악 하던 친구들과의 이별, 여자친구 아사미와의 이별, 나오키 곁에서 끝까지 함께 하는 유미코, 가족 한 명의 범죄로 다른 가족들이 겪어야 했던 상황들을 묘사합니다.
"가해자 가족에 대한 차별과 피해자 가족의 고통은 비교될 수 있을까"
"범죄에 대한 죗값은 얼마만큼 합당한 것일까"
"어떻게 해야 죗값을 치른 것일까요"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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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숨에 빠져든 이야기 책 '회색인간' (김동식)
책을 많이 읽고 싶어하지만 책 내용보다는 책 제목을 보는 횟수가 훨씬 많은 편이다. 10여년쯤 전에 읽었던 책을 다시 읽으며 새롭게 느낄 때도 많지만 전혀 기억이 나지 않을 때도 종종 있다. 책 안에 나만의 표시를 해두지 않았다면 안 읽었던 책으로 착각할 수도 있었다.
활자 중독은 아니지만 글을 읽고 있으면, 주변의 시간은 천천히 흐르고 고요해진다. 차츰 평온해지고, 점점 풍요로워짐을 느끼게 된다. 좋은 글을 읽으면 한번쯤 책을 덮고 곰곰히 생각해보기도 하고, 메모로 남겨두기도 한다.
핸드폰이나 컴퓨터로 읽기 보다는 종이에 인쇄되어 있는 상태를 더 좋아한다. 책 특유의 냄새가 좋고, 만져지는 질감이 좋다. 스크롤의 위치로 남은 분량을 알아채기보다는 두툼한 책의 두께가 줄어듦으로서 끝나가는 걸 알게되는 느낌도 좋다.
단행본으로도 나왔지만 작은 스마트폰 화면으로 읽어도 좋은 책을 소개하려고 한다. 1년 반 동안 340편의 단편소설을 쓴, 거의 매일 한 편씩 만들어낸 작가의 글이다. 소개가 너무 주절주절 길었다. 브런치에서 연재되는 김동식의 소설을 감상해 보길 바란다.
수요매거진 회색인간 https://brunch.co.kr/magazine/boknal
무인도의 부자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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